전체 글 (529) 썸네일형 리스트형 월급 루팡 졸업 이번 주는 굉장히 바빴다. 진짜 바쁠 땐 화장실 갈 틈도 없었다. 월급 루팡으로 살던 과거가 아득해졌다. 그래, 그게 행복이었는데 난 왜 몰랐을까. 팀에 해외 출장 간 선배의 몫까지 백업하느라 정말 정신이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미세먼지가 극심하던 수요일에 노마스크로 밖을 돌아다니다가 편도에 염증이 생겼다. 골골거리다가 오늘 출근을 못하고 재택으로 돌렸다. 오늘 촬영 있었는데 가지도 못하고... 너무 슬프지만 건강이 우선이라 나 몰라라 했다. 예전의 나였다면 가다가 쓰러져도 출근했을 텐데, 이젠 그런 게 다 부질없다는 걸 안다. 대신 집에서 노예처럼 노트북을 벗어나지 못했다. 아직 완전히 깨우치진 못한 것 같다. 정신없이 월화수목금요일이 지났다. 이제 주말이니까 팡팡 놀아야 하는데, 얼른 나았으면 좋겠다... 점심 PT 요새 운동에 소홀한 것 같아서 호기롭게 점심 PT를 등록했다. 사내 헬스장에서 점심시간에 30분 동안 진행되는 PT로, 퇴근 후 별도로 시간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오늘이 대망의 첫날이었다. 오리엔테이션 때 "저는 빡세게 하는 걸 좋아해요"라며 호기롭게 유세 떨었는데, 시작과 동시에 땀이 비 오듯 흘렀다. 거의 대홍수였다. 점심을 안 먹고 와서 그런지 어지럽기까지 했다. 세상에서 운동 제일 잘하는 척했는데 너무 수치스러웠다. 주저앉듯 쉬다가 다시 두 번째 세트를 시작하는데 정말로 눈앞이 어질어질했다. 다시 주저앉아서 다리 사이에 머리를 쪼그리고 있노라니, 트레이너쌤이 후다닥 어딘가에서 프로틴 초코바를 손에 들고 돌아왔다. 빨리 먹으라기에 초면에 프로틴바를 게걸스럽게 먹었다. 먹으니 살 거 같.. 당근과 문단속 어제 점심으로 건강식 도시락을 먹었다. 안에는 닭가슴살과 고구마, 삶은 계란, 방울토마토, 오이, 그리고 당근이 있었다. 유치원 다닐 때 당근을 씹다가 뱉은 후로 당근을 멀리했다. 특히 생 당근은 웬만하면 잘 먹지 않았다. 어제는 왠지 이 생 당근이 어른이 된 이정표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호기롭게 당근을 베어 물었는데 역시나 너무나 맛이 없었다. 아직 어른이 안 된 건가 싶어서 포기하려다 꿋꿋하게 두 조각을 다 먹었다. 진짜 어른이 된 기분이 들었다. 오늘은 을 보았다. 감독의 전작 가 너무 별로라 안 보려고 했는데 주변 평이 좋아서 보게 되었다. 영화는 정말 너무 몹시 재미있었다. 보는 내내 흥미진진해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도입부가 엄청났고 관객을 쥐락펴락하는 완급조절도 훌륭했다. 좋은 부분.. 지켜보던 사람 오래전부터 블로그를 통해 지켜봤던 사람이 있었다. 아마 취욜이 알려줬던 것 같다. 우리와 동갑이고, 미국에서 디자인 스쿨을 나와 쇼핑몰을 운영하는 여자라고 했다. 궁금해서 옷도 한 벌 샀었다. 옷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나름 열심히 입고 다녔다. 그러다 그녀가 자신만의 디자이너 브랜드를 론칭했다. 사입해서 팔던 쇼핑몰과 달리 개인 브랜드 쇼핑몰 옷의 가격은 꽤나 비쌌다. 매번 구경만 하다가 너무 마음에 드는 옷이 있길래 알람까지 맞춰놓고 구매했다. 니트였고, 24만 원이었다. 막상 받은 옷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개인 쇼핑몰 특성상 교환환불이 불가했다. 울며 겨자 먹기로 몇 번 입다가 방치했다. 벌써 5년 전 일이었다. 최근 그 옷을 다시 꺼내 입었다. 그러다 이 옷을 만들었던 그녀의 근황이 궁금해졌다.. 도슨트 아주 먼 옛날, 얼리버드 할인 티켓이 있길래 뭔지도 모르고 냅다 구매했다. 2022년 12월 3일의 일이었다. 당시 세 개의 전시를 동시에 예매했다. 그중 하나는 관람을 완료했고, 하나는 환불했으며 마지막으로 이 전시가 남았다.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알버트 왓슨 전시회였다. 생소했던 이름에도 불구하고 구매를 했던 건 전시 설명에 있는 사진 때문이었다. 스티브 잡스를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흑백 얼굴 사진, 바로 그 사진을 찍은 작가였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모르지만 일단 스티브 잡스 사진 찍었으니 유명한 사람이겠지 싶었다. 그렇게 3개월이 흐른 뒤, 티켓 사용 기한이 임박해져서 허겁지겁 전시 정보를 찾았다. 매주 화요일 오전 11시와 오후 3시에 전시 기획자의 무료 도슨트가 있.. 탈고 글쓰기 수업 졸업식 때 졸업작품 수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제출 마감은 오늘이었다. 그리고 마감일인 오늘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수정 작업을 시작했다. 살면서 이토록 무언가를 미뤄본 적이 없던 거 같은데, 글쓰기는 항상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루게 된다. 덕분에 약 3주 동안 마음속에 수정이라는 짐을 안고 살았다. 글 쓰는 걸 싫어하는 건 아닌데 왜 이렇게 되고야 마는 걸까. 덕분에 초고보다 더욱 마음에 들지 않는 수정고를 메일로 제출했다. 더 잡고 있어봤자 나아지진 않을 거 같아서 눈 꼭 감고 냈다. 중간중간 딴짓하면서 수정했으니, 실제로 뽝 집중한 시간은 아마 두세 시간 정도일 거다. 이 정도 걸릴 거였다면 진작 수정해서 낼 걸...이라고 늘 엔딩요정처럼 후회를 했다. 다시 돌아가도 똑같이 미룰 걸 .. 대견한 순간 아침에 눈 뜰 때마다 고민한다. 10분만 더 잘까? 아예 늦게 출근할까? 아니면 그냥 휴가를 낼까? 10분만을 제외한 다른 선택지는 현실로 일어나지 않는다. 생계형 직장인은 그저 묵묵히 일어나 묵묵히 씻고 묵묵히 만원 지하철을 타고 회사로 향한다. 일어나기만 하면 나머지 일들은 자동화로 진행된다. 정신이 돌아왔을 땐 이미 회사 로비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내가 참 대견하다. 장하다, 최안나. 오늘도 어김없이 어제와 비슷한 시간에 회사를 오다니. 퇴근 후에도 마찬가지다. 사내 헬스장은 가깝고 시설이 좋지만 그것이 헬스장에 가고자 하는 의지를 높여주진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다. 일단 가면 그다음은 또 자동화다. 운동복을 갈아입고 나이키 헤어밴드를 두르고.. 못 사는 게 아니야 우연히 김태리 배우의 움짤을 보았다. 팬들을 보면서 환하게 웃다가 순간 마스크를 안 썼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펄쩍 뛰며 마스크를 쓰는 모습이었다. 댓글에서는 모두 김태리 배우의 놀라는 모습이 귀엽다고 했지만, 나는 그녀가 들고 있는 가방에 눈길이 갔다. 아래 사진 속 가방이었다. 프라다의 삼각 로고가 아예 쉐입으로 나온 가방이었다. 세상에 어쩜 저렇게 예쁜 가방이 있지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 가방이 두 개 달려 있었다. 뒷면은 아래와 같았다. 두 개의 가방이 하나의 가방으로 나온 디자인이었다. 천으로 된 부분은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뭐 그래도 한 개 가격에 두 개의 가방을 갖게 되는 거니까 괜찮겠지 싶어서 가격을 찾아보았다. 2022년 9월 기준 380만 원이라서 헉했는데 6개월이 지난 현재는 458만 원.. 이전 1 ··· 7 8 9 10 11 12 13 ··· 6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