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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견한 순간

아침에 눈 뜰 때마다 고민한다. 10분만 더 잘까? 아예 늦게 출근할까? 아니면 그냥 휴가를 낼까? 10분만을 제외한 다른 선택지는 현실로 일어나지 않는다. 생계형 직장인은 그저 묵묵히 일어나 묵묵히 씻고 묵묵히 만원 지하철을 타고 회사로 향한다. 일어나기만 하면 나머지 일들은 자동화로 진행된다. 정신이 돌아왔을 땐 이미 회사 로비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내가 참 대견하다. 장하다, 최안나. 오늘도 어김없이 어제와 비슷한 시간에 회사를 오다니. 

퇴근 후에도 마찬가지다. 사내 헬스장은 가깝고 시설이 좋지만 그것이 헬스장에 가고자 하는 의지를 높여주진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다. 일단 가면 그다음은 또 자동화다. 운동복을 갈아입고 나이키 헤어밴드를 두르고 손에 장갑을 낀다. 그러면 대충 운동하려던 마음도 사라지고 원래 하던 대로 열심히 하게 된다. 씻고 나오면 나는 또 내가 대견하다. 운동을 하긴 했구나, 장하다 나 자신.

오늘은 회사도 갔고 운동도 했다. 로잉머신은 최초로 25분이나 탔다. 장하다! 대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