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529) 썸네일형 리스트형 떡볶이의 습격 지난주 목요일쯤부터 귀에서 달그락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면봉으로 귀를 휘적일 때 달그락 소리가 더 잘 들렸다. 일시적이려니 하고 이틀을 더 그렇게 살았다. 귀를 꾸깃거리면 달그락 소리가 들릴 때도 있고 안 들릴 때도 있었다. 소리는 간헐적이었다가 일요일 오후에는 내내 들렸다. 무언가 들어간 게 틀림없었다. 검색해 보니 귀지 혹은 이물질이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귀지라면 창피하고 이물질이라면 대체 무엇일지 궁금했다. 내가 자는 사이에 귀에 벌레가 들어가서 알을 깐 건 아닐까 하는 상상까지 갔다. 알이 귀에 가득해서 "어휴, 이건 대책이 없습니다. 수술해야겠어요."라고 이비인후과 선생님이 말하면 어쩌지 걱정했다. 월요일 오전은 병원이 가장 붐비는 시간대니까 오후에 가야겠다고 생각하며 점심에 떡볶이를.. 소재 고갈 최근에는 일기에 쓸 말이 없다. 특히 오늘은 정말 쓸 내용이 없다. 이틀 연속 촬영했더니 힘이 든다는 얘기나 최근 내 모습, 외면이나 내면 모두 자신이 없다는 얘기 같은 건 별로 안 쓰고 싶다. 딱히 큰 일도 없고 작은 일도 없고 아무 일도 없다. 잔잔하게 흘러가는데 만성 피로가 느껴지는 나의 요즘. + 어제 꿈을 꿨는데 최민식 배우가 담임 선생님으로 나왔다. 조모임을 시켜놓고 막상 발표를 하려니 딴짓을 하길래 몹시 화가 났다. 나의 조원은 모태솔로 편의 정숙 님이었는데(와이...?), 그분이 최민식 배우의 반응을 보고 당황하자 나는 더욱더 화가 났다. 친구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할 말은 해야겠다며, 최민식 선생님한테 지금 뭐 하는 짓이냐고 엄청 화를 냈다. 잠결에 현실의 내가 또박또박 큰 목소리로 성을 .. 만성 피로 '만성 피로' '소화 불량' '두통' '거북목' '라운드 숄더' 이런 질병 앞에서 떳떳할 수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 얼마나 될까. 오늘 우연히 본 광고에서 민간인 사찰을 당한 게 아닐까 싶을 만큼 완벽하게 나의 증상이 적힌 문구들을 볼 수 있었다. 한의원 광고였다. 나만의 문제일까 생각하다가 주변인들이 떠올랐다. 다들 처지가 비슷했다. 오죽하면 전에 어디선가 '한국인의 전통 체형, 거북목과 라운드 숄더'라는 문장을 읽은 적도 있었다. 돈 많고 건강한 백수가 되면 저런 질병도 다 사라지겠지? 하... 나의 인생 목표... 돈 많고 건강한 백수가 되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정답 지금까지 나는 대부분의 상황에서 내가 정답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내가 생각한 것, 내가 고른 것이 최선이고 이게 맞다고 여겼다. 나와 다른 삶의 방식을 가졌거나, 객관적으로 봤을 때 이상한 부분이 있다면 '저 사람은 왜 저렇게 할까?'라고 생각했다. 최근에는 이 생각이 굉장히 위험하다고 느낀다. 나는 정답이 아니다. 나에게 있어서는 정답일지 몰라도, 다른 사람에게는 오답이다. 각자 자신만의 답이 있고 스스로가 생각하는 삶의 방식이 있다. 비록 내가 그 답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존중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사실 타인과 나의 답이 다르다고 서로가 서로를 반드시 이해할 필요도 없다. 근데 쓰다 보니까 이런 일기 전에도 썼던 것 같은데 무슨 일이지... 갑을 관계 나의 일은 대부분 을의 입장이지만 가끔은 갑이 되기도 한다. 을의 입장을 너무나 잘 알고 있으니, 갑의 위치가 되었을 때 최대한 공손한 갑이 되려고 하지만 돌이켜보면 잘 안 된다. 을일 때는 말 번복하는 갑이 진짜 싫었는데, 수정 의견을 번복하는 내가 보일 때가 있다. "음악을 살짝만 줄여주세요"라고 했는데 수정본의 음악이 너무 작게 들려서 "정말 죄송한데 원복 해주세요"라고 말할 때가 그랬다. 여기서는 '살짝만'이라는 애매한 표현이 문제가 되었다. 차라리 "음악을 2dB만 줄여주세요"라고 했으면 괜찮았을 거다. 갈등은 항상 애매모호한 표현에서 나온다. '트렌디한 느낌으로 해주세요'라고 할 때 트렌디하다고 느끼는 포인트는 사람들마다 다르다. '예쁘고 아기자기하게 해주세요' 같은 표현은 더 그렇다. '호흡.. 3월 새로운 해가 시작되는 기점을 1월 1일이라고 본다면 직장인의 시작은 3월이라고 생각한다. 작년 연차는 2월 28일에 소멸하고 3월 2일 자로 새로운 연차가 부여된다. 복지 포인트도 마찬가지다. 연봉 계약도, 사장단이나 임원을 제외한 일반 진급 대상자 발표도 모두 3월에 한다. 그렇다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일을 하게 되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다. 그저 여전히 출근하기 싫은 날일 뿐... 1년 전 이맘때 시작했던 글쓰기 수업이 끝났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과정이었는데 일 년 동안 내 삶의 꽤 큰 부분을 차지했다. 졸업식으로 모든 것이 끝나는 줄 알았으나, 졸업작품집을 위해 제출했던 과제물을 한 차례 더 수정해야 한다고 한다. 아직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었다. 다시 마음이 묵직해졌다. 구마모토 여행은 .. 뉴진스 일요일 오후에 뉴진스 뮤직비디오를 몰아서 보다가 갑자기 눈물이 났다. 영상 속 뉴진스는 너무 싱그러웠다. '싱그러움'이 사람으로 태어났다면 뉴진스였을 것이다. '나도 저렇게 빛나던 시절이 있었는데'라는 생각에 눈물짓다가 저렇게까지 예뻤던 적은 단 한 번도 없던 걸 깨달아서 갑자기 눈물이 쏙 들어갔다. 아무튼, 뉴진스에는 향수가 있다. 그 시절 우리가 열광했던 SES나 핑클 언니들이 떠오르는 아련함이 있다. 싱그럽고 아름답고 슬프며 아련하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시절을 지금도 지나가고 있다. 하객 후배가 결혼했다. 후배와는 대학교 동아리에서 처음 만나 회사까지 이어진 인연이었다. 그녀가 고백을 받던 순간, 연애의 시작, 프로포즈를 받은 이야기까지 모두 알고 있었다. 그런 후배가 결혼한다니 마음이 몽글몽글했다. 식장 문이 열리고 긴장한 표정의 후배가 보였는데, 왠지 모르게 그때부터 눈물이 났다. 주례 대신 준비했다는 친구의 축사를 듣다가 또 울고, 축가 듣다가도 울고, 마지막에 부모님을 위해 준비했다는 영상을 보면서는 오열했다. 눈물이 좔좔좔 났던, 소중한 후배의 결혼식이었다. 이전 1 ··· 8 9 10 11 12 13 14 ··· 6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