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

(529)
알리 아빠를 위해 알리익스프레스 직구를 해드린 뒤로 알리에 빠졌다. 판매자와 소통을 하기 위해 앱을 깔았는데, 덕분에 매일 알리익스프레스 앱에 접속하고 있다. 매일 출석체크를 하면 코인을 줄뿐더러, 작물을 키우면 보상으로 코인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받은 코인은 실제로 주문할 때 1%~2% 정도 할인을 받는 데 사용할 수 있다... 는 건 표면적인 이유고, 그냥 재미있다. 중국이 만든 앱 어딘가에 나만의 오렌지 나무가 있다. 물을 주고 해충을 잡으며 10시간 후 수확하기를 기다리는 과정이 즐겁다. 나의 중국 오렌지 나무 밑에는 나를 위한 추천상품이 뜬다. 내가 단 한 번이라도 검색했던 상품은 그 기세를 놓칠세라 바로 추천상품에 반영되는 신속함이 있다. 아빠가 주문을 요청했던 제품은 헤드폰 업그레이드..
나의 순천 여행기 송광사에 가고 싶었는데 대중교통으로는 조금 힘들어 보였다. 이런 내 맘을 아는지 순천시에는 '두근두근 순천 여행'이라는 시티투어 패키지가 있었다. 내가 방문을 희망하는 송광사도 '송광사 투어'라는 이름으로 매주 수, 토요일에 운행하고 있었다. 신이 나서 바로 그 주 토요일로 예약을 걸었다. 최소 인원 5명이 되어야 출발 가능하다는 문구가 조금 마음에 걸렸지만 주말인데 설마 모객이 안 되겠어?라고 생각했는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심지어 토요일 오전에 출발하는 KTX가 매진이라서 금요일 오후 8시 표를 예매해 뒀는데 "선생님, 죄송하지만 모객이 미달되어 송광사 투어 운행이 어렵습니다"라는 전화를 금요일 오후 6시에 받았다. 이미 숙소까지 예약을 해뒀던 터라 황망한 마음을 감출 길 없이 KTX에 ..
생일 씻고 나왔더니 내 생일이 지나버렸다. 그래도 기억하고 싶은 하루니까 질척이는 오늘의 일기. 우리 가족은 나를 포함한 모두가 하나도 빠짐없이 음치에 박치다. 그런 음치와 박치 가족이 내 생일 케이크를 앞에 두고 목청껏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는데 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날 뻔한 걸 가까스로 참았다. 이걸 쓰면서도 조금 울었다. '최근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입니까?' 같은 질문을 받으면 꽤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갔어야 했는데 이제는 선명하게 말할 수 있는 순간이 생겨서 기뻤다. 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날 것 같았던 오늘의 생일.
박찬욱 박찬욱 감독님이 쏘아 올린 작은 공이 금요일 밤에 나를 순천에 있게 만들었다. 영화 에 나왔던 절은 순천의 송광사라고 한다. 딱 그거 하나 보려고 순천에 왔다. 생애 두 번째 도미토리에서의 밤이다. 내일이 기대가 되는 오랜만의 밤.
다급 예정대로였다면 점심시간에 이비인후과 대기실에 앉아 있었어야 했다. 열흘 치 약을 다 먹으면 꼭 병원에 와서 검사를 받으라고 신신당부했던 의사의 멘트를 기억한다. 그러나 점심시간 직전, 새로운 팀 팀장님이 처음으로 점약이 있냐고 물으셨고, 아직 죽지 않은 나의 사회성이 차마 병원에 가려 한다고 말하지 못하게 했다. 하하호호꺄르르가 난무하는 사회생활 점심을 먹고 나니 병원 점심시간이었다. 점심시간이 끝나는 2시를 조금 앞두고 빠른 걸음으로 이비인후과에 도착해 미리 접수를 했지만 이미 내 앞엔 네 명의 환자가 있었다. 오후 3시에는 회의가 있어서 무조건 그전에 회사로 돌아가야만 했다. 뭐, 그래도 네 번째니까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첫 번째로 들어간 환자는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여자아이였다. 들어간지 ..
헤드폰 태어나서 처음으로 헤드폰을 샀다. 요즘 길거리에서 유독 헤드폰 낀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싶었는데 유행이었다. 에어팟 맥스 출시+우영우+제니 헤드폰 사진 등이 복합적으로 유행을 만든 게 아닐까 추측했다. 가지고 다니기도 불편하고 너무 부피도 커서 전혀 살 생각이 없었는데 '세상에 나와 음악만 있는 것 같아요'라는 후기를 보고 뽐뿌가 왔다. 실버 색상이 압도적으로 인기가 많았는데, 인기가 너무 많다 보니 재입고가 9월 말이라고 했다. 성질 급한 나는 이번 주에 당장 쓰고 싶었기 때문에 그냥 블랙을 샀다. 내 성질에 맞게 어제 샀는데 오늘 받았다. 기쁜 마음으로 언박싱을 하고 딱 꼈는데... 와, 세상에. '요다핏'은 소문으로만 들었는데 그게 거울 속에 있었다. 거기다가 진짜 못생김이 엄청나게 부각되었다. 내..
지하철 출근길에 지하철 환승을 위해 2호선을 기다리고 있었다. 방금 전 한 대가 지나갔는데도 플랫폼엔 사람이 그득했다. 곧이어 다음 지하철이 날렵하게 역으로 들어섰다. 놀랍게도 이 지하철은 거의 텅텅 비어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동시에 너무 기뻤다.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는지 탭댄스를 추는 것 같은 발걸음으로 가볍게 지하철에 올라탔다. 플랫폼을 가득 채웠던 사람들은 거의 모두가 앉았다. 나도 당연히 앉았다. 마주 앉은 사람들의 얼굴에서 마스크로도 감춰지지 않는 뿌듯함이 보였다. 그 순간, 지하철 불이 꺼지며 방송이 나왔다. "이 열차는 이곳이 종착역으로 더 이상 운행하지 않습니다..." 황망했다. 이럴 거면 조금만 빨리 불을 꺼주지. 아니면 방송을 좀 더 빨리 해주지. 하지만 상실감..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노르웨이가 상당히 개방적인 나라였다는 걸 알게 해 준 영화. 유교걸에게 주인공의 행동은 너무나도 당혹스러운 것... 나는 흙밭에 쪼그리고 앉아서 괭이로 천천히 땅을 파고 있는데, 주인공은 어디선가 드릴을 가져와서 겁나 빠르게 후루루루루룰루루룰루루루룩 땅을 파고 홀연히 사라진다. 너무나 빨랐던 그녀의 감정 변화에 멀미가 날 뻔했지만 다행히 중후반부는 좋았다. 나 왜 이런 영화 보면 주인공 말고 주인공의 애인에게 감정 이입되어서 왤케 빡치지. +아무리 생각해도 15세 등급은 재평가가 되어야 할 거 같다. 아니면 내 사고가 너무 신사임당이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