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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

아빠를 위해 알리익스프레스 직구를 해드린 뒤로 알리에 빠졌다. 판매자와 소통을 하기 위해 앱을 깔았는데, 덕분에 매일 알리익스프레스 앱에 접속하고 있다. 매일 출석체크를 하면 코인을 줄뿐더러, 작물을 키우면 보상으로 코인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받은 코인은 실제로 주문할 때 1%~2% 정도 할인을 받는 데 사용할 수 있다... 는 건 표면적인 이유고, 그냥 재미있다. 중국이 만든 앱 어딘가에 나만의 오렌지 나무가 있다. 물을 주고 해충을 잡으며 10시간 후 수확하기를 기다리는 과정이 즐겁다.

나의 중국 오렌지 나무 밑에는 나를 위한 추천상품이 뜬다. 내가 단 한 번이라도 검색했던 상품은 그 기세를 놓칠세라 바로 추천상품에 반영되는 신속함이 있다. 아빠가 주문을 요청했던 제품은 헤드폰 업그레이드용 케이블이었는데 덕분에 나의 추천상품은 케이블로 도배가 되었다. 나와는 너무나도 무관한 제품이라 재미 삼아서 갤럭시 워치 스트랩을 검색했더니 이제는 스트랩만 잔뜩 추천받고 있다. 덕분에 하나를 샀다. 가격이 2,500원이었는데 심지어 무료배송이었다. 배송비 500원을 내면 좀 더 빨리 받을 수 있길래 배송비까지 결제하고 진짜로 9일 만인 오늘 받았다. 별 기대 없이 비닐을 뜯었는데 띠용, 웬 라벤더색 스트랩이 와있었다. 내가 주문한 건 블랙인데?

판매자에게 잘못 배송 되었다고 말하려고 알리 앱에 들어가서 주문 기록을 보는데.... 내가 라벤더에 갤럭시 워치 4 클래식 스트랩을 주문했다고 나와 있었다. 아니, 나는 블랙에 20mm를 주문했던 거 같은데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다행히 사이즈는 잘 맞았고 라벤더 색도 계속 보니 나쁘지 않았다. 어차피 평소에는 안 쓰고 헬스장 갈 때만 쓸 목적이었기 때문에 별 상관은 없었다. 어쨌든 우리나라에서는 택배비인 3,000원에 중국에서 갤럭시 워치 실리콘 스트랩을 받았다. 참 신기한 세상이다.

다른 얘기지만 아빠를 대신해 주문했던 헤드폰 케이블은 불량이 왔다. 내 건 3천 원 짜리였지만 아빠가 주문한 건 (깎았는데도) 10만 원이 넘었기 때문에 교환이나 환불이 필요했다. 아빠는 내게 "판매자에게 4 PIN XLR 커넥터 접촉 불량이라 왼쪽에서 소리가 안 난다"라고 하라고 했지만, 중국어로 저런 말은 어떻게 하는지 몰라서 '받은 물건에 문제가 있어. 왼쪽 소리 안 나. 어떡해?' 이렇게만 보냈다. 한국어로 해도 번역이 된다고 하던데 그냥 빠른 소통+중국어 연습 겸 해서 중국어로 보냈다. 판매자는 메시지를 보자마자 '불량이면 바로 다시 새 걸 보내줄게'라더니 1불 결제하니까 진짜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새 걸 발송했다. 아니 이거 10만 원이 넘는데 다시 보내주다니 대체 얼마를 남겨 먹는 거지, 싶었지만... 어쨌든 잘 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