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지하철 환승을 위해 2호선을 기다리고 있었다. 방금 전 한 대가 지나갔는데도 플랫폼엔 사람이 그득했다. 곧이어 다음 지하철이 날렵하게 역으로 들어섰다. 놀랍게도 이 지하철은 거의 텅텅 비어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동시에 너무 기뻤다.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는지 탭댄스를 추는 것 같은 발걸음으로 가볍게 지하철에 올라탔다. 플랫폼을 가득 채웠던 사람들은 거의 모두가 앉았다. 나도 당연히 앉았다. 마주 앉은 사람들의 얼굴에서 마스크로도 감춰지지 않는 뿌듯함이 보였다.
그 순간, 지하철 불이 꺼지며 방송이 나왔다. "이 열차는 이곳이 종착역으로 더 이상 운행하지 않습니다..." 황망했다. 이럴 거면 조금만 빨리 불을 꺼주지. 아니면 방송을 좀 더 빨리 해주지. 하지만 상실감에 사로잡힐 틈이 없었다. 불이 꺼지고 "이 열차는..."이라는 방송이 나오자마자 상황 판단이 빠른 몇몇 승객들이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플랫폼에 줄을 섰기 때문이다. 조금만 슬퍼하고 있다가는 줄의 맨 뒤에 서게 생겼기 때문에 나도 부리나케 지하철에서 튀어나갔다.
그리고 다음에 들어온 지하철을 타고 내내 서서 갔다. 그래도 내 앞에 앉아있는 사람이 어디서 내릴지 알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하다가 단편 소설 아이디어를 얻었다. 지하철에서 앉고 싶은 욕망이 만든 소설은 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