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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개인

첫 뜨개질을 시작한 지 세 달이 지났다. 그동안 나는 뜨개질에 푹 빠졌다. 시작은 대바늘이었지만 요즘은 코바늘만 뜨고 있다. 수정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비록 도안은 못 보는 까막눈이지만 다양한 유튜브 선생님들의 가르침 덕분에 완성작은 늘어만 가고 있다.

주말에는 마케팅을 굉장히 잘하기로 유명한 '바늘이야기' 오프라인 매장에도 다녀왔다. 그곳은 뜨개인들에게는 유토피아나 다름없었다. 나도 구경만 하려고 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영수증을 들고 있었다. 토요일에 실을 사고 일요일에 가방 하나를 뚝딱 완성했다. 집중하지 않고 뜬 구간은 코가 늘어나서 원래보다 좀 어긋났다. 그래도 얼추 그럴싸해서 오늘 바로 들고나갔다.

뜨개질을 배운 이후 나는 거의 매일 퇴근 후 집에서 뜨개질을 한다. 뜨개질을 하지 않았다면 그 시간에 무엇을 했을까 싶다. 내가 뜨개질에 빠진 이유는 생산적인 활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완성하면 무언가 쓸모 있는 게 나온다. 취미가 유형의 무언가가 되어 심지어 쓸모까지 있다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다만 굳이 필요하지 않았던 무언가가 나온다는 게 장점이자 단점 이긴 하지만, 어쨌든 나는 오늘도 뜬다. 나의 장바구니는 이제 다양한 종류의 실들로 채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