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때 숙제로, 혹은 백일장으로 무수히 많은 독후감을 써냈다. 빨간색 각진 테두리가 200개씩 있던 원고지에 연필로 꾹꾹 눌러쓴 글들이었다. 낼 때마다 내심 수상을 기대했고 기대는 번번이 낙심으로 바뀌었다. 왜 나는 독후감 상을 받지 못할까. 다른 상에 비해 독후감은 유독 상 받는 사람이 비슷했고, 나는 그들의 비결이 궁금했다. 그때 내가 쓴 독후감은 독후감이 아니라 줄거리 요약의 다른 말이었다. 책의 줄거리를 쭈욱 요약한 후 맨 마지막에 '나도 주인공처럼 착하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라는 문장 하나를 덧붙인 게 끝이었다. 당시엔 알지 못했다. 그 '다짐'이 독후감의 본질인 것을.
늘 금상을 도맡던 친구의 독후감을 읽었을 때 그래서 충격 받았다. 얘는 왜 줄거리를 요약하지 않지? 줄거리는 양념처럼 들어가 있고 핵심은 자신의 생각이었다. 놀라웠다. 다음에 다시 독후감 과제를 받았을 때, 나도 금상 친구를 따라 생각을 쓰려했지만 뭐라고 써야 할지 막막했다.
부단한 연습 덕분에 나도 금상을 거머쥐었다, 같은 엔딩은 없었다. 나는 학창시절 독후감으로 상을 받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개탄스러운 일이다. 지금이라면 좀 더 잘 쓸 거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