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없던 두통이 생겼다. 꽤 잦다. 오늘은 버스에서 잘못 자고 일어났더니 두통이 엄습했다. 일단 참았다. 고속버스였기 때문에 다른 방도가 없었다. 두 시간을 더 달려 집에 도착해도 두통은 여전했다. 세 시간 뒤에 친구와 약속이 있었기 때문에 약을 먹을지 말지 고민했다. 진통제는 최대한 안 먹고 싶어서 버텼다. 집을 나설 때 약을 하나 챙겨갈까 하다가 그냥 나 스스로를 믿기로 했다. 그리고 처참하게 배신당했다. 머리는 점점 더 아파왔다. 오랜만에 친구와 만나는 거라 즐겁게 보내고 싶었는데 머리가 아파서 도무지 집중할 수가 없었다. 급하게 약국을 검색했는데 멀기는 또 오지게 멀었다. 결국 끝까지 버티다가 조금 전 약을 먹었다. 결국 먹을 거였다면 진작 먹을 걸... 항상 두통약은 후회를 동반한다.
아까 집에 오는 길에 두통에 대해 찾아봤다. 두통에도 여러 가지 유형이 있었는데, 목 뒤가 뻐근하게 아픈 두통과 관자놀이가 욱신거리며 심장박동처럼 아픈 두통이 있었다. 나는 후자였다. 그래서 각 두통에 따라 어떻게 해야 낫는지가 궁금했는데 종류만 알려주고 끝났다. 어떻게 해야 낫는단 말인가!
사실은 내가 손오공이고, 삼장법사가 블루투스로 내 긴고아를 조이는 거라면 오히려 낫겠다. 삼장법사 말만 잘 들으면 머리 아플 일은 없지 않은가. 오늘 친구를 만난 목적은 쇼핑이었는데 머리가 아프니까 가장 좋아하는 쇼핑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역시 건강이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