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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선생

집에 대해 느꼈던 감정은 바선생을 조우하기 전과 후로 나뉜다. 바선생 만남 전, 나는 이사한 집이 좋았다. 100점 만점에 만점이라고 시원하게 외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작은 것부터 하나씩 직접 가꿨다는 정이 있었다.

바선생은 월요일 아침, 앞머리 구루프를 말고 방에서 나오던 내 앞에 등장했다. 처음엔 눈을 의심했다. 거미는 많았어도 바선생의 비읍도 본 적 없는 집이었다. 홀연히 나타난 바선생은 무인양품 쇼핑백 뒤로 걸어갔다. "바선생!" 내가 외쳤다. "뭐? 바선생?" 남편의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졌다. "무... 무인양품 쇼핑백 뒤에!" 생존에 위험을 느낀 내 목소리에 남편은 부엌에서 뛰쳐나왔다. 설마 하는 표정으로 쇼핑백을 젖힌 남편의 헉 소리가 들렸다. 거기는 바선생이 미동 없이 있었다. "이걸 잡아야 해. 이걸 잡아야 해." 남편은 스스로에게 주문이라도 거는 것처럼 같은 말을 반복했다. 그의 손에 들려 있던 휴지가 너무도 옹졸해 보여서, 나는 잽싸게 몸을 날려 키친타월을 두툼하게 감아 건넸다. 그리고 그는 바퀴를 잡았다. 으악인가 흐에엑인가 하는 외마디 비명이 들렸지만 그래도 멋졌다. 바선생은 키친타월에 쌓여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움직임이 없었다. 가까이서 선생의 마지막을 본 남편이 의하면 '약에 취한 것 같았다'라고 했다. 펄떡이는 심장을 부여잡고 인터넷을 찾아보니 갑자기 등장한 바선생은 외부에서 유입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외부건 내부건 어쨌든 바선생이었다. 우리는 말 없이 세스코 비용을 검색했다.

그날-어제-이후로 나는 혼자 집에 있지 못하게 되었다. 남편이 퇴근하기 전까지 회사에서 출발하지 않았다. 어제는 퇴근 후 미처 바르지 못한 실리콘을 여기저기 투하했고 오늘은 가장 효과가 좋다는 약을 사서 여기저기 흩뿌렸다. '강력한 유인 효과'라고 쓰여 있어서 이게 오히려 우리 집에서 정모를 하게 만드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었지만 일단 뭐라도 해야 했다. 무섭고 또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