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번쩍 눈을 떴다. 글자 그대로 번쩍하고 떴다. 어제 자기 전에 '내일은 아침 일찍 일어나서 바로 침대를 보러 가야지'라고 생각했었다. 안타깝게도 눈을 뜬 시간이 오전 10시 30분이었다. 8시 알람을 끈 게 방금 전이었는데 왜인지 두 시간 삼십 분이 사라져 있었다. '아침 일찍'에서 '일찍'이 사라졌다.
실제로 침대를 보러 집을 나선 시간은 오후 5시였다. 어째서...? 나갈 결심만 하다가 저녁이 다 되어 집을 나섰다. 모든 품목이 다 그렇지만, 침대도 눈을 돌리면 너무나 많은 선택지가 있었다. 우스갯소리로 '모닝 사려다 벤츠 산다'는 얘기를 하며 '그돈씨'라고 하던데 여기도 딱 그랬다. '그 돈이면 씨X OOO를 산다'의 약자다.
어제 미리 침대를 봤었는데 마음에 드는 건 매우 높은 확률로 비쌌다. 진짜 눈 돌아가게 마음에 들었던 프레임은 사이드 판넬과 협탁까지 야무지게 추가하면 200만 원이 훌쩍 넘었다. 원목도 아니고 상판 같은 소재였다. 여기에 매트리스까지 올리면 가격이 아찔해졌다. 그래서 현실과 타협하면 150만 원대로 가격이 훅 내려가지만... 내가 경험한 바로는 침대는 돈을 써야 하는 품목이다. 정확히는 매트리스에 돈을 써야 한다. 그렇다고 프레임을 포기한다? 시각적인 것도 포기할 수 없어서 끙끙 앓았다. 꿈에서도 침대를 골랐다.
오늘의 매장 방문은 견적 비교+조금 더 저렴한 매트리스를 체험하기 위해서였다. 첫 번째로 대리점에 갔더니 어제 견적을 받았던 백화점 매장보다 약 20만 원 정도 더 비쌌다. 대리점을 나와 다른 백화점에 갔다. 어제 받은 견적보다 20만 원 정도 저렴했다. 인터넷보다는 50만 원 정도 더 쌌다. 결국 그 백화점에서 침대를 구매했다.
이때까지 살면서 단일 품목 중 가장 비싸게 산 건 생로랑 가방이었는데 오늘의 구매가 내 인생 기록을 갱신했다. 아주 오래오래 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