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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유권자들은 또 얼마나 복잡하냐 이 말이야. 집값은 떨어져야 되는데 내 집값은 올라야 되고, 중소기업은 키워줘야 되는데 나는 대기업을 다녀야겠고. 비정규직을 차별하면 안 되는데 내 자식은 정규직을 다녀야 된다."

쿠팡 플레이의 공격적인 마케팅 덕분에 여기저기에서 내 이름을 볼 수 있었다. 안나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얼른 챙겨 보았는데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었다.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었던 생활고에 찌든 수지의 공허한 눈빛 연기도 좋았지만 그것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건 서울시장에 출마하는 최지한 역을 맡은 김준한의 대사였다. 저기서 든 예시에 단 하나도 반박할 수 없어서 소름이 돋았다.

누구나가 다른 사람을 갈망해 본 경험이 있다. 수지가 연기한 이유미라는 인물은 자신이 원하던 모든 것을 가진 안나를 부러워했다. 부잣집 딸에 미국 명문대에서 석사와 학사까지 마치고 경복궁이 한눈에 들어오는 집에 혼자 살며 사고 싶은 건 바로 가질 수 있는 안나는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가는 유미 앞에서 자신은 너무 불행하다고 말한다. "나 너무 불행해." 안나에게 분노한 유미는 자신의 이름을 안나로 바꾸고, 그녀가 가진 것들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지만 가지면 가질수록 더욱 공허해졌다. 최후에는 자신이 무엇 때문에 안나가 되었는지 잊어버린다.

원제는 '당신도 아는 안나'라고 한다. 우리는 모두 안나를 모르고, 안나를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