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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3월에 시작한 강의가 어느덧 3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내가 과연 잘 참여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타이트한 오프라인 강의였는데 갑자기 코로나가 확산세로 돌아서며 회사가 6주간 전면 재택에 돌입했다. 덕분에 6주 동안 한 번도 늦지 않고 모든 수업에 참석할 수 있었다. 강의가 있는 화요일에는 네 차례의 외근이 잡혀서 꼼짝없이 수업에 못 가거나 2시간 이상 지각할 뻔하기도 했는데 놀랍게도 모든 외근이 예정된 시간보다 일찍 끝나는 기적이 일어났다. 이건 정말 기적 같은 일이다. 제일 늦게 간 게 45분 지각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순조롭게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45분 지각했던 지난 수업은 기말 과제로 단편 소설 초고를 써서 검사를 받는 날이었다. 면담 전에 조원들로부터 합평을 받았는데 평가가 너무 좋지 않아서 굉장히 타격을 입은 채로 원장님을 마주했다. 원장님은 나에게 소설을 좀 써봤냐고 물으셨고 나는 한 번도 없다고 했다. 그랬더니 너무도 온화한 말씨로 써봤으면 써봤다고 해도 된다고 하셔서 속으로 뭐지? 싶었다. 평소에는 마음에서 눈물이 주룩주룩 흐를 정도로 독설을 날리시는 분이기 때문이었다. 글을 좀 쓸 줄 안다고 하셨을 때는 머릿속에서 환희의 종이 울렸다. 방금 전 합평에서의 마상, 그리고 외근에서의 스트레스가 다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이게 진짜 우러나서 하신 칭찬인지, 아니면 이미 열 명이 넘는 학생들의 평가로 인해 지쳐서 짧게 끝내려고 그러신 건지는 모르겠으나 그래도 너무 기뻤다. 물론 수정 사항도 기쁨만큼 많았지만, 그래도 힘을 내서 열심히 쓸 수 있는 동기 부여가 충분히 됐다. 다음 주면 1학기의 마지막 합평이 열린다. 주말 동안 열심히 수정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