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 연차를 내고 느지막이 출근했다. 그래 봤자 평소보다 1시간 정도 여유가 있을 뿐이었지만 마음가짐이 달랐다. 잠들기 전부터 마음이 아주 편안-한 것이 마치 종일 휴가를 낸 사람처럼 잠도 쿨쿨 잘 잤다. 퇴근도 평소보다 1시간 빠르게 했는데 비록 지옥철에서 몸이 찌부되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강의 2차 학기가 시작되며 다시금 만학도의 삶을 살게 되었다. 지하철에서 하나의 호떡이 되어가며 그만둘까를 고민했고, 강의 계획서에 적힌 무수히 많은 과제들을 보며 역시 그만둬야 하나를 고민했지만 하는 데까지 해볼 생각이다. 그렇게 딱 한 주씩만 버티다 보면 어느새 다시 종강이 오리라 믿는다.
주말에는 <나의 해방일지>를 달렸다. <우리들의 블루스>와 고민하다가 <나의 아저씨> 작가의 작품이라길래 고민 없이 먼저 골랐다. 결말이 없는 결말은 처음 봐서 굉장히 놀랐지만 그것 또한 좋았다. 이것도 인기 작가니까 가능한 결말이 아니었을까 싶다. 인기 작가는 좋겠다, 자기가 원하는 대로 이야기의 완결을 낼 수 있어서.
<나의 해방일지>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누군가가 죽고 난 이후의 삶을 보여준 점이었다. 많은 드라마나 영화는 등장인물이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 또는 장례식에서 오열하는 사람들만 보여줄 뿐 '장례식이 끝난 이후'를 보여준 적이 없었다. 여기서는 정말 담담하고 일상적으로 그 이후를 보여주는데, 진짜 거짓말 안 하고 보는 내내 너무 많이 오열했다. 가족이 있는 누군가라면 언젠가는 마주할 풍경이라 등장인물들에게 더 많이 이입됐다.
언젠가는 마주할 미래라는 건 알지만 부디 천천히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