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할 때 이마에서 땀이 너무 많이 흐르길래 머리띠를 하나 샀다. 다이소에서 천 원짜리를 샀다가 이마에 가로로 시원하게 도장이 찍히는 바람에 나이키에서 만 원짜리로 다시 샀다. 양면으로 되어 있어서 오래 착용해도 이마에 자국이 남지 않아 아주 마음에 들었다.
월요일에는 그 머리띠를 들고 퇴근 후 허겁지겁 헬스장에 갔다. 버스에서 내려 종종걸음으로 신호를 건너려는데 뒤에서 어떤 아저씨가 "아가씨!"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 설마 난가 싶어서 뒤를 돌아보니, 내 나이키 머리띠가 아저씨의 손에 들려 있었다. 버스에서 내리다가 부주의하게 흘린 모양이었다. 그러나 잃어버릴 뻔했던 머리띠를 찾았다는 안도감보다 "아줌마!"가 아니고 "아가씨!"라고 불러준 호칭에 더 큰 고마움이 밀려왔다. 이제 아줌마로 불려도 손색없는 나이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아저씨의 호칭에 부응하기 위해 한껏 쏠톤으로 호들갑스럽게 "어머~~~ 어머 어머 간사한니다아~~~"라고 답했다. 갑자기 마스크가 굉장히 고마워졌다.
...라는 이야기를 엄마에게 했더니 "아니, 네가 아가씨지 그럼!"이라고 하시길래 맞는 말이긴 한데... 싶었던 어느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