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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어릴 때는 올림픽을 잘 못 봤다. 넘어지거나 순위권에 들지 못한 선수들이 우는 모습을 보는 게 괴로웠기 때문이다. 한 번의 실수로 4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걸 직관하는 건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때문에 올림픽 경기들을 챙겨봤던 적이 많지 않았는데 올해는 좀 달랐다. 여러 가지 의미로 화제성이 큰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자주 챙겨보고 있다. 남자 피겨스케이팅도 이렇게 재미있는 줄 몰랐고 루지 종목은 태어나서 처음 봤는데 굉장히 흥미진진했다. 여전히 선수들의 실수를 보는 건 마음이 아프지만 예전만큼은 아니다. 마음이 많이 건조해진 건가 싶었는데, 우리나라 중계 방식의 변화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이전에는 동메달을 따면 '너무 아쉽게도 동메달이다'라거나 '아쉽게 금메달을 놓쳤지만...'과 같은 뉘앙스의 멘트가 들렸는데 지금은 메달을 따지 못해도 '후회 없는 경기를 펼쳤다', '개인 기록을 경신해서 환하게 웃는 모습이 보기 좋다'는 멘트가 들린다. '스스로의 최고에 도전하는 것이 바로 올림픽 정신'이라는 멘트는 특히 듣기 좋았다. 메달에 집착하지 않는 요즘의 중계는 보기에 편안하다. 덕분에 생애 처음으로 동계올림픽을 즐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