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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리보이

신년 카운트다운 전에 잠이 드는 일상이 벌써 몇 년째 이어지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2021년에 잠들어 눈을 떴더니 2022년 새벽이었다. 부지불식간에 한 살이 증가하였다. 개탄스러운 일이다.

어제 잠들기 전에 마지막으로 본 영상은 <미노이의 요리조리> 기리보이 편이었다. 기리보이는 음악을 통해 먼저 좋아하다가 어수룩한 말씨와 외모마저 나의 마음을 사로잡은 래퍼였는데 이 영상에서의 모습은 입이 떡 벌어질 만큼 충격적이었다. 그저 0개국어를 할 줄 아는 느긋한 래퍼라고만 생각했는데 여기서는 도른자 그 자체였다. 저런 사람이랑 10분만 대화해도 일주일 치 기가 쭉 빨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실제로 이 영상의 러닝타임을 견디는 동안에도 하루치 에너지가 다 빠졌다. 너무너무 충격적인 영상이었다.

내가 느낀 충격이 상당했는지 2022년 처음 꾼 꿈에는 기리보이가 나왔다. 내용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유쾌한 모습은 아니었던 것 같다. 좋아하는 사람이 나온 꿈인데 꾸면서도 걱정스러운 느낌이 들었던 걸 보면 우리가 꿈에서 데이트 따위를 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기억은 안 나는데 뭔가 걱정스럽던 기리보이가 나오는 꿈은 두통과 함께 찾아왔다. 새벽 내내 극심한 두통에 시달려 잠을 잔 것 같지도 않았다.라고 썼지만 사실 10시간 잤다. 자는 동안 두통을 느낀 건 처음이라 조금 무서웠다.

다행히 오늘 나가서 노는 동안 두통은 씻은 듯 사라졌다. 역시 사람은 바깥공기를 코에 넣어줘야 되는 존재인 것 같다. 내일도 열심히 콧바람을 쐬러 돌아다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