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으로 향하던 길, 공항에서 구입했던 나의 작고 소중한 블러셔는 곧 유명을 달리할 참이었다. 블러셔는 안 어울릴 거란 생각에 평생 쳐다도 안 보다가, 혹시나 싶어서 테스트해보고는 바로 구입했던 생애 첫 블러셔였기에 더욱 애착이 강했다. 하도 애착이 강해서 박박 긁어 쓰다 보니 '아, 이제 새로 사야겠구나' 싶었던 시점에 코로나가 터졌고 마스크의 착용과 함께 블러셔는 그 용도를 잃었다. 뽀얗게 먼지가 쌓인 나의 블러셔에 다시 온기를 불어넣고 싶다. 사각형 귀퉁이까지 싹싹 다 긁어 쓰고 새로운 블러셔를 면세점에서 재구입하고 싶다. 마스크도 안 쓰고 면세점에서 신나게 화장품 폭풍 쇼핑을 하고 싶다. 아아아아... 언제 끝나...
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