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의자 하나가 수용 가능한 승객은 총 일곱 명이다. 일곱 명을 기준으로 삼았던 당시 우리나라 사람들의 체구가 작았던 탓인지 현대인들에게는 의자가 너무나 좁다. 오늘처럼 기온이 뚝 떨어져서 많은 사람들이 패딩을 착용한 날에는 더욱 그렇다. 어찌나 빵빵한 패딩들이 많은지, 누구나 헐크 부럽지 않은 팔뚝의 소유자가 되어 서로가 서로의 어깨에 밀착한다. 누구세요? 저는 그쪽 초면인데 우리의 어깨가 이렇게 맞닿아 있으니 외롭지 않네요, 우리 서로 온기를 나누어볼까요도 아니고 진짜 불편하다. 한껏 어깨를 구깃하게 접어서 패딩들 틈에 끼어서 가는 날에는 염불 비슷한 것을 떠올리며 '그래도 앉아서 가는 게 어디야'라고 긍정의 힘을 내본다. 그러나 어깨가 너무 구겨져서 마음까지 구겨질 거 같을 때는 그냥 일어서서 간다. 주름지지 않은 어깨로 주름지지 않은 마음으로 출근하고 싶다. 아니, 그냥 출근을 안 하고 싶다. 건강하고 돈 많은 백수가 될 때까지 조금 더 구겨진 채로 살아갈 수밖에.
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