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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서

 

 

주말을 집순이로만 낭비하고 싶지 않아서 이번 주부터 집 밖을 나서기로 결심했다. 강제성을 부여하지 않으면 밖으로 나가지 않을 것 같아서 일부러 정오에 미용실을 예약해두었다. 아침에 눈 떠서는 내가 왜 이런 짓을 했을까, 후회했지만 계획했던 모든 것을 해내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뿌듯했다.

생각보다 혼밥 난이도가 높았던 백년옥에서 4인 테이블에 혼자 앉아 들깨 순두부와 두부 부침을 야무지게 먹고 <ㄱ의 순간> 전시를 2시간 넘게 꼼꼼히 살폈다. 오디오 가이드가 신의 한 수였다. 오디오 가이드는 지불 후 단 한 번도 후회해본 적이 없는 유일한 소비 같다. 혼자 전시를 보니까 내 페이스에 맞춰서 내가 보고 싶은 만큼 마음껏 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기대가 전혀 없던 전시가 역대급 전시 중 하나로 ㄱ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