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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 위민 원트

옛날에 봤던 영화를 다시 보면 새롭다. 기억에 없던 장면이 나타나거나, 아, 결말이 이랬구나 깨닫기도 하는 등 이전과는 전혀 다른 감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왓 위민 원트>도 그랬다.

'멜 깁슨이 드라이기 들고 감전되는 영화', '여자들의 속마음이 들리는 영화' 이 정도 정보만 기억하고 있었는데 다시 보니 새롭다. 줄거리는 뭐 거의 재구성된 수준이었다. 정말 기억이 하나도 안 났다. 당연히 결말도 기억을 못 했고, 로맨틱 코미디답게 말도 안 될 정도로 로맨틱하고 훈훈하게 끝났지만 다 보고 나니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다. 영화 속 로라 때문이었다.

로라는 닉(멜 깁슨)의 단골 카페에서 일하는 배우 지망생이다. 오디션은 번번이 낙방하고, 남자친구가 없은지 6개월이 넘었다. 지난 연애에 상처를 너무 많이 받아서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기는 두렵지만, 남자와 데이트는 하고 싶어 한다. 그런 그녀에게 닉은 꾸준히 데이트를 신청한다. 그녀의 속마음을 들은 닉은 "더는 상처받고 싶지 않아서 두려워하는 거 이해해, 나도 그래."라며 달콤한 말로 그녀를 꼬신다. 아쉽게도 이게 진심이면 좋겠지만, 닉의 구애는 매우 매우 매우 가볍다.

결국 로라는 닉과 데이트를 하고, 기가 막히게 황홀한 밤을 보낸다. 그런데 그 이후 닉 연락 두절....^^ 6일 뒤, 로라는 새벽에 닉의 집 앞에 찾아와 어떻게 이럴 수 있냐고, 상처 안 준다고 하지 않았냐며 혹시 게이냐고 묻는다. 차라리 게이라고 하면 이 상황을 납득할 수 있을 거 같다는 간절한 속마음을 들은 닉은 자신이 게이라고 거짓말한다. 로라는 그제야 눈물을 닦으며 쿨하게 그의 사랑을 응원한다.

이래놓고 닉은 여주인공과 사랑에 빠진다. 심지어 여주인공의 아이디어도 모두 훔쳤었는데! 여주인공은 왜 또 그걸 다 받아줘! 여러모로 복장이 터져서 거의 <악마를 보았다>급의 찜찜함이 마음속에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