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린이

매수와 매도도 착각하는 주린이 주제에 나름 과감한 몰빵 주식을 하고 있다. 시작은 경동나비엔이었다.

중국에서 생활하던 시절, 중국이 공기질 개선을 위해 석탄을 모두 가스로 돌리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한국에 돌아와 중국 가스 전환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이 어딘지 봤더니 경동나비엔이 유일했다. 그래, 이거다! 싶어서 첫 주식 투자였지만 300주를 매수했다. 그리고 정말 영화처럼 주가는 쭉쭉 올랐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많이 살 걸 그랬다고 너스레를 떤 것도 잠시, 한-중 관계가 악화되며 주가가 미친 듯이 폭락했다. 오르는 건 계단식이었는데 내리는 건 쾌속 엘리베이터였다. 그 가스 뭐시기 사업도 다 중단됐고, 러시아에서 수익을 많이 냈지만 중국에서 그보다 더 많은 손실을 입었다고 했다.

절망에 빠져 허덕이던 내가 한 다음 행동은 다른 주식을 사는 거였다. 이미 내려간 경동이를 차마 팔지 못해서 새로운 주식을 샀다. 카카오였다. 산 날 바로 몇천 원이 올라서 이제 이렇게 쭉쭉 오르는 것만 기다리면 되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그 다음날부터 놀랍도록 빠르게 내렸다.

내가 산 타이밍은 '건국 이래 최고 올랐다'던 고점이었다. 더 오를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흡사 캐리비안베이의 어트랙션처럼 슬라이딩 속도가 장난 아니었다. 경동나비엔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일단 주가부터가 거의 경동이의 8배였다. 급한 마음에 두어 차례 물타기를 했고, 그래도 계속 내려서 내 월급 이상의 금액이 쭉쭉 빠졌다. 참담했다.

주식의 쓴맛을 보여준 카카오가 오늘 드디어 올랐다. 살 때만 해도 목표가가 50만 원이었는데 하도 내리길래 41만 원만 되어도 팔아야지 다짐했고 정말로 41만 원, 그리고 41만 5천 원에 전량 매도했다. 그래도 소소하게 용돈 정도는 벌었구나! 하고 기뻐한 것도 잠시, 내가 팔자마자 미친 듯이 더 오르더니 2만 원이 더 올랐다. 순식간에 120만 원 넘는 추가 이득이 사라졌다.

그래도 벌었으니까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자꾸 뒤돌아보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벌었지만 찝찝한 쓴 입맛을 연신 다셨다. 아쉬울 때마다 내 월급을 뛰어넘는 마이너스였던 때를 떠올렸다. 그래, 이 정도도 괜찮다고, 다행이라고 여기며 이제는 대한항공을 샀다. 약간 무서워서 소박하게 샀다. 더욱 간절하게 코로나 종식을 기원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