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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지옥2

뒤늦게 솔로지옥2에 빠져 하루 만에 9화 중반까지 달렸다. 새벽 1시가 되어 가길래 자고 다음 날 아침에 마저 다 보았다. 예전에 1화를 보다가 시즌1과 동일한 구성에 매력을 느끼지 못해서 시청을 포기했었는데, 나와 연애 프로그램 취향이 같은 밤실의 추천으로 다시 보기 시작했다.

솔로지옥2는 안 봤어도 덱스라는 사람은 알았다. 너무 많은 곳에서 소모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얼굴만 봤을 땐 분명 훈남이었지만, 이 정도로 신드롬급 인기의 요인을 알기는 어려웠다. 방송을 보니 왜인지 알 것 같았다. 그는 독특했다. 일반적인 연애 프로그램에서 할 법한 행동이 아닌 것들만 골라서 했다. 예를 들면 살갑지 않게 말하기, 무심하게 말하기, 데이트 상대 짐 가방 들어주지 않기 등.

묘하게 나는 그의 모든 행동에서 이말년이 보였다. 자세히 보니 외형도 조금 닮았다. 목소리도, 말투도 흡사하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그가 연애 프로그램에 나온 침착맨으로 보였다. 닮았다는 생각을 꽤 초기에 한 탓에, 그가 멋있어 보이는 순간보다는 웃겨 보이는 순간이 많았다(그래도 슬기와의 수영장 데이트 씬은 숨을 멈추고 봤다).

내가 이 프로그램을 보고 느낀 건 한 가지였다. 그것은 덱스와 슬기의 경이로움도 아니었고, 공주님 같은 이다희도 아니었고, 예상보다 훨씬 웃겼던 규현도 아니었고 거울을 보는 것 같은 리액션을 보여준 홍진경도 아니었다. 그건 바로 '여유'였다. 덱스가 특별해 보였던 건 여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동우는 조급했기 때문에 슬기를 뒷걸음치게 만들었다. 이성과의 관계에 있어서 급해 보이지 않는다는 것, 즉 여유가 있어 보이는 건 매우 중요하다는 걸 이렇게 또 깨달았다. 연애를 할 때뿐만이 아니라 삶 속에 여유가 있어 보이는 사람은 확실히 달라 보인다. 일을 할 때도, 생활을 할 때도 여유를 가져야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