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퇴근 후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봤다. 호불호가 나뉜다는 후기에 긴장했는데 나는 극호였다. 영화 속 개그코드가 나와 너무 잘 맞았고, 무엇보다 이병헌의 연기에 압도당했다. 이산타라든가 로맨틱, 성공적 같은 과거는 떠오르지 않았다. 그가 연기한 배역을 다른 배우가 맡는다는 건 상상도 되지 않았다. 완벽했다. 악마의 재능이 이런 건가 싶었다.
영화를 본 후에는 퇴장 고객에게만 할인해서 판매한다는 '집으로 팝콘'을 사서 나는 솔로 본방을 사수했다. 비록 팝콘은 눅눅했지만 나쏠은 이번 주도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순식간에 레이디 가가의 노래가 흘러나오며 다음 주 예고가 나왔다. 여운을 느끼고자 본방 직후 이어서 방영하는 재방도 봤다. 결국 새벽 2시가 되어 잠이 들었다.
오늘은 오후에 회사 채용설명회 라이브 스트리밍이 있어서 마음이 분주했다. 회사 도착하자마자 스튜디오 가서 세팅된 걸 확인하려 했는데 출근길에 갑자기 본부장님이 업무 보고를 요청하셨다. 사무실 도착하자마자 본부장님께 보고를 했으나, 보고 말미에 CEO와 CFO에게 메일을 쓰라는 미션을 받았다. 10분 만에 메일을 쓰고 났더니(너무 급해서 '감사합니다' 엔딩 인사도 안 붙이고 할 말만 하다 뚝 보냈다) 이번엔 팀장님이 광고주와 컨퍼런스 콜을 하자고 하셨다. 12시까지 컨콜을 하고 원래 11시 40분이었던 점심 약속에 25분 지각했다. 밥을 후루룩 마시고 스튜디오에 올라가서 뻘짓을 하다가 1시부터 심리 상담을 받으러 갔다. 시간이 없어서 1시간 30분짜리 상담을 45분만 받고 얼른 다시 스튜디오로 갔다. 리허설을 하고, 라이브 스트리밍을 마치고, 스트리밍 영상을 재편집하고, 그 사이에 신규 광고주와 연락을 하고, 내일 광고주 미팅을 잡고, 내일 촬영 세팅을 하다가 출연자들에게 리마인드 연락을 안 돌린 걸 깨달았는데 이미 사람들의 퇴근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내일은 오전 6시 30분에 일어나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촬영을 한다. 촬영이 이뤄지고 있는 사이에 잠깐 상일동에 가서 업무 미팅도 해야 한다. 업무 미팅 후에는 다다음주 화요일까지 제안서를 제출해야 한다. 어쩌면 주말도 꼬박 반납하고 매일 야근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나 원래 엄청난 월급 루팡인데 이게 무슨 일이람. 다음주 월요일에 내려던 휴가, 과연 사수할 수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