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강, 혹은 감독과의 대화 같은 자리에 참여했을 때 내가 가장 신기했던 건 질문하는 사람들이었다. 더 정확하게는 질문 내용이 무척 길다는 점이었다. 나에게 질문이란 '1 더하기 1은 무엇인가요?'처럼 굉장히 짧은 건데, 공개적인 자리에서 질문하는 사람들의 발화 시간은 상당히 길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계층 간의 격차가 점차 더 벌어지고 있습니다. 비단 오늘날의 일만은 아니지만, 현대에 와서 양극화가 더 뚜렷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영화 속 인물들이 보여주는 계층, 계급의 차이는 그런 시대상을 잘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감독님께서 보시는 사회의 양극화, 계층이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이런 질문을 들으면 난 매번 너무 놀랐다.
나는 논리력과 사고력이 좀 약한 편인지, 저렇게 길게 질문할 자신이 없었다. 나도 궁금한 게 많은데, 내 질문은 너무나 짧아서 유창한 언변을 구사할 수 없었다. 그래서 거의 대부분의 자리에서 가만히 앉아 다른 사람들의 질문을 경청했다. 그들이 신기했고 또 부러웠다. 그냥 '감독님께서 생각하시는 계층은 무엇인가요?' 이렇게 말하면 안 되는 걸까 싶은 마음도 있었다. 지금 예시를 쓰면서 생각해 보니, 핵심만 물으면 질문의 의도를 잘 전달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겠다 싶다.
경청하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나도 가끔 강연자를 향해 질문을 던진다. 엄청 길고 유창하진 않아도, 궁금한 점을 묻고 대답을 듣는다. 주목받는 일은 늘 긴장되지만 묻지 못해 집에서 후회하는 것보다는 낫다. 몇 안 되는, 어른이 되었구나 싶은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