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출근길에 산 에어랩이 오늘 오전에 왔다. 색깔 바꾸고 싶었는데 이미 발송해서 슬펐지만 막상 빨리 오니까 기뻤다. 어제 일기 쓰고 혼자 색깔 검색해 보다가 검은색이 한정판이라길래 갑자기 만족도가 올라갔다. 지문 자국이 많이 남는다는 후기는 한 귀로 흘렸다. 받아보니 정말 흔적이 많이 남는다. 뭐 잘 청소하면 되겠지, '한정판' 세 글자에 긍정회로가 풀 가동됐다.
오늘은 점심에 크로스핏 동호회 활동을 하러 갔다. 토요일에도 회사 근처로 가야 한다는 사실이 개탄스러웠지만 막상 가서 땀을 줄줄 흘리니 뿌듯했다. 운동 안 했음 그냥 집에서 뒹굴뒹굴 아무것도 안 했을 텐데, 뭔가 열심히 사는 사람 같아서 나 스스로가 조금 더 좋아졌다. 기왕 회사 근처까지 간 김에 피부과도 예약했다. 덕분에 예정에 없던 포텐자 레이저를 맞았다.
아팠던 레이저로는 시크릿, 라셈드가 있었는데 이것도 상당했다. 미세한 바늘이 여러 개 달린 팁을 스템플러처럼 얼굴에 쿡쿡쿡 찌르는 탓에 일부 구간에선 피가 줄줄줄 났다. 시술 끝난 내 얼굴을 보니 진짜 징그러웠다. 얼굴 전체가 벌겋게 불타는 고구마가 되었는데 고름처럼 피가 송골송골... 다행히 몇 시간 지나니 가라앉았지만 여전히 피딱지가 주근깨처럼 흩뿌려 있다.
피부에 이런저런 시술을 할 때마다 내 얼굴 세포들에게 미안해진다. 어쩌다 이런 주인을 만나서 안 해도 될 고생을 하고 있니. 중학생 시절, 교정때문에 자주 가던 치과에서 나 앉혀놓고 내 손 꼭 잡으며 '화장품 가게에 가서 여드름성 스킨과 로션을 사서 매일 바르라'라고 알려줬던 간호사 언니는 귀인이었다. 그 언니 말을 한 귀로 흘려들은 탓에... 지금 내가 이렇게... 그 언니 진짜 예뻤는데, 잘 지내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