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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리안

우리 아빠는 두리안을 좋아한다. 좋아한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아빠는 두리안에 환장한다. 안타깝게도 우리 가족 중에서 두리안을 좋아하는 건 아빠뿐이다. 아빠를 제외한 우리 모두는 두리안의 냄새를 싫어하고, 엄마는 껍질 처리까지 도맡기 때문에 더욱 싫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아빠를 위해 종종 두리안을 구입한다. 나는 싫지만 당신이 좋아하니까 삽니다. 나는 이게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집에서 두리안은 사랑의 형태 중 하나다.

심지어 엄마는 정보를 얻기 위해 인터넷에서 두리안을 검색했다. 한 카페에서 누군가가 쓴 두리안 구입 후기가 나왔다. 후기는 매우 자세했다. 엄마는 정독했고 잘 썼다고 생각하던 순간, 어딘가 기시감을 느꼈다. 글 속의 인물은 상하이 여행 가서 두리안을 사 먹었고, 한국에서는 대림 차이나타운에서 두리안을 샀다. 세 개들이 한 박스를 구입했다고 했다. 엄마는 스크롤을 올려 글쓴이의 아이디를 확인했다. 아빠가 항상 사용하는 w로 시작하는 아이디였다. 엄마는 아빠를 불러 진위 파악에 나섰다. 아빠는 글을 보고 크게 웃었다. 두리안 후기의 작성자는 아빠였다!

인터넷에서 자신의 남편이 쓴 글을 검색으로 찾아낼 확률은 얼마나 될까. 그걸 우리 엄마가 해냈다. 두리안의 기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