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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소

종종 검소하다거나 검소해 보인다는 말을 듣는데 이럴 때면 기분이 이상해진다. 사치스럽다는 말보다는 칭찬인 걸 알지만 뭐랄까, 뭔가 묘하다. 남색 후드 집업을 대충 때려 입고 출근했던 날 검소하다는 말을 또 들었다. 그날 대충 걸친 후드집업은 유니클로 제품처럼 생겼지만 사실은 스톤아일랜드였다. 안에 입은 티셔츠는 꼼데가르송이었다. 묘한 괴리는 이런 곳에서 온다. 나는 나름 옷에 돈을 많이 쓰는 사람인데, 항상 검소한 이미지라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오늘도 검소하다는 말을 들었다. 역시나 묘한 기분을 안고 집으로 향했는데, 문득 오늘 내가 걸친 옷과 가방을 다 합쳐도 십만 원이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십만 원도 과분하다, 육만 원도 안 됐다. 나 어쩌면 제법 검소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