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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의 화분

언니가 며칠간 집을 비우며 나에게 화분을 부탁했다. 하루에 한 번만 물을 주면 된다고 했다가 내가 귀찮을까 봐인지 이틀에 한 번으로 말을 바꿨다. 밑동이 손바닥 반의 반만 한 아주 작은 화분이었다. 흙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코코볼처럼 생긴 갈색 동그란 것이 있었다. 작은 크기와 달리 줄기는 팔뚝만큼 훤칠했다. "그래도 나름 6년이나 키운 거라서." 화분을 보며 언니가 말했다. 이 작은 생명체를 6년이나 키웠다니, 화분 돌보미 임무에 6년 치 책임감이 느껴졌다.

언니가 없는 일주일 사이에 죽이면 안 된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보살폈다. 하루에 한 번씩, 매일 저녁마다 코코볼이 물에 살짝 잠길 정도로 물을 줬다. 언니는 화분을 세면대 옆에 두고 갔다. 내가 물 주는 걸 까먹을까 봐 선정한 자리 위치인가 싶었다. 그래서 어느 날에는 화분을 화장실에서 꺼내 창가에 뒀다. 가끔은 햇볕을 쐬주는 것도 도움이 되겠지 싶은 마음이었다.

화분은 주인의 부재에도 잘 자라주었다. 언니가 돌아온 후, 화분 얘기를 하다가 놀라운 사실을 알았다. "얘는 햇빛 받으면 죽거든." 청천벽력 같았다. 햇빛이 독이 되는 식물이 있다니. 내가 하루만 바깥에 내놨기에 망정이지 일주일 내내 밖에 뒀으면 어떻게 됐을까. 6년을 키워준 주인을 그리워하다 시들시들 말라죽었을 거다. 나의 호의는 호의가 아니었다. 선의로 한 행동도 결과가 좋지 않을 수 있다는 걸 또 한번 배웠다. 호의는, 선한 행동은 상대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