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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과 문단속

어제 점심으로 건강식 도시락을 먹었다. 안에는 닭가슴살과 고구마, 삶은 계란, 방울토마토, 오이, 그리고 당근이 있었다. 유치원 다닐 때 당근을 씹다가 뱉은 후로 당근을 멀리했다. 특히 생 당근은 웬만하면 잘 먹지 않았다. 어제는 왠지 이 생 당근이 어른이 된 이정표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호기롭게 당근을 베어 물었는데 역시나 너무나 맛이 없었다. 아직 어른이 안 된 건가 싶어서 포기하려다 꿋꿋하게 두 조각을 다 먹었다. 진짜 어른이 된 기분이 들었다.

오늘은 <스즈메의 문단속>을 보았다. 감독의 전작 <날씨의 아이>가 너무 별로라 안 보려고 했는데 주변 평이 좋아서 보게 되었다. 영화는 정말 너무 몹시 재미있었다. 보는 내내 흥미진진해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도입부가 엄청났고 관객을 쥐락펴락하는 완급조절도 훌륭했다. 좋은 부분이 무척이나 많았는데, 돌아오며 생각해 보니 최고는 제목이 아닐까 싶었다. '스즈메의 문단속'이라니, 이런 제목은 대체 어떻게 생각하는 걸까. 찾아보니 감독이 일 년 반 동안 집에 틀어박혀서 콘티만 그렸다던데... 이렇게 살아야 이런 천재성이 발휘되는 것일까? 그렇다면! 나는 적당히 돌아다니면서 밖에서 벚꽃도 보고 광합성도 하고 핫플레이스도 다니면서! 일반인으로 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