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보면 이번 학기의 모든 과제는 마감 당일에서야 시작했다. 오늘도 그랬다. 200자 원고지 80매 내외의 두 번째 소설 마감시한은 오늘까지인데 오늘 오전에서야 첫 문장을 썼다. 과제를 하기 위해 토, 일 이틀을 싹 비워놨지만 어제는 12시간 동안 잠만 잤다. 깨어 있는 시간엔 드라마와 영화를 보고 스도쿠와 쇼핑을 했다. 오늘도 오전 내내 쇼핑과 스도쿠를 반복하다가 이러면 안 될 것 같아서 앱을 다 지워버렸다. 스도쿠 안녕... 즐거웠어.
어제는 소설을 써야 한다는 부담을 느끼면서 평소에는 쳐다도 안 보던 팩을 했다. 피지연화제로 피지를 녹이고 각질제거제로 각질을 제거한 후 아껴놨던 앰플을 쳐발쳐발 한 다음에 고무팩까지 올렸다. 안 하던 짓을 해서 그런지 오늘 얼굴이 완전 다 뒤집어졌다. 과유불급을 피부로 체험했다. 팩 하기 전에는 상태가 좋았던 내 얼굴이 아주 엉망진창이 되었다. 어이가 없어서 화도 안 났다. 오늘은 사놓고 1년이 넘게 방치했던 헤어팩을 했다. 10개 세트로 샀던 것 중 한 개가 남은 거였다. 이 한 개를 일 년 넘게 버려두었다. 소설 쓰기 과제는 참, 안 하던 짓을 하게 만든다. 시험기간엔 청소도 재밌다는 소리가 있던데 딱 그 마음이었다.
그래도 어쨌든, 쓰고 있다. 80매 중에서 28매를 오늘 하루에 썼다. 물론 마감은 못 지킬 것 같다. 목요일 합평이니까 늦어도 화요일까지는 올려야 하는데. 어제 팩 하던 나를 막고 싶다. 안나야, 그 팩 하면 얼굴 다 뒤집어져! STAY!!! 글이나 써, 제발!!! 공허한 외침이 하나 더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