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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선배는 마흔 살이 되던 해 회사를 그만뒀다. 몇 안 되는 존경하는 선배 중 한 명이었다. 나는 선배가 왜 퇴사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선배는 아내와 어린 딸이 있었고 가장이었다. 회사에서도 굉장히 인정받는 사람이었고 능력도 출중했으며 이대로 가만히만 있어도 성공으로 가는 무빙워크를 탄 사람이었다. "지금이 아니면 못 그만둘 거 같아서" 그만둔다던 선배는 퇴사 후 영상 제작사를 차렸다. 월급과 퇴직금 등 그간 모은 돈을 모두 모아 웹드라마를 만들었다. 원작 웹툰이 대성공을 거뒀던 작품이라 판권이 꽤 비쌌을 거다. 다행히 웹드라마는 흥행까지는 아니었지만 상도 받고 나름 성공을 거뒀다. 이후 선배는 영화를 만들었다. 조연으로만 유명하던 배우가 첫 주연을 맡았다며 화제였던 영화였다. 결과는 폭망이었다. 대대적으로 홍보하던 영화는 곧 극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선배의 퇴사 이후 처음으로 다시 선배를 만났다. 선배는 서울의 비싼 땅 한복판에서 직원 네 명과 함께 일하고 있었다. 전날 과음으로 힘들어하던 선배는 여전히 빛났다. 하고 싶은 걸 하려고 회사를 박차고 나갔던 선배를 지금은 이해할 수 있다. 성공과 실패는 중요한 게 아니고 '하느냐 하지 않느냐'가 중요하다는 걸 이제는 안다. 그리고 하고자 하는 걸 도전하는 용기는 정말로 대단하다. 선배가 성공했으면 좋겠다고 쓰려고 했는데, 선배는 이미 성공했다. 여전히 존경하는 멋진 선배님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