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재택근무 권고가 있던 오늘이었다. 원래 오후에 출근해서 처리할 업무가 있었는데 갑자기 오전에 취소됐다. 덕분에 행복한 마음으로 종일 재택근무를 했다. 두 달 병가 후 첫 출근에서 오후 3시 30분 귀가, 둘째 날 재택근무라니 환상적이었다.
환상적이었지만 문제가 있었다. 갑자기 기침이 너무 심해져서 1분에 한 번 꼴로 계속해서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집이니까 망정이지 회사였으면... 벌써 아찔하다. 지금도 기침을 하며 일기를 쓰고 있다. 저녁에 있을 글쓰기 강의에서도 이럴까봐 걱정이 되어 보온병에 따뜻한 물을 담고 포도당 캔디를 챙겨서 집을 나섰다. 다행히 기침이 사회적 눈치가 있는지 집에 있을 때보다 현저히 적게 났다. 참으로 다행이었다.
오늘 글쓰기 강의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개강'이나 '학기'라는 단어를 오랜만에 들어서 마치 대학생이 된 것 같아 설렜다. 첫 시간이라 자기 소개를 했는데 내 차례를 기다리며 쓸 말을 적어두었다. 줄줄 읽고 난 후에 생각해 보니 나는 나 자신을 소개하는 것조차 즉석에서 하지 못하는 사람인가 싶었다. 그냥 선생님 눈을 맞추고 반응을 보면서 적당히 하면 좋았을 걸, 후회하며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