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특히 더 입는 옷만 돌려 입는 것 같아서, 또 매일 운동화에 와이드 팬츠만 입고 다니는 것 같아서 큰맘 먹고 원피스에 구두를 신고 회사에 갔다. 아쉽게도 집을 나서자마자 나의 선택을 후회했다. 오랜만에 신은 구두에 발이 놀랐는지 걸을 때마다 발과 무릎에 오는 통증이 상당했다. 그래도 꿋꿋하게 출근을 했더니 오늘 소개팅 가냐는 소리를 들었다. "오늘 저녁에 헬스 가고 점심도 팀장님이랑 먹었는데요?"라고 답했더니 "아, 아무 일도 없으신 거 맞구나..."라며 물어보신 분이 황망한 표정으로 자리로 돌아갔다.
발은 아팠지만 기분은 청명했다. 외딴 지방에서 살다가 번화가로 나온 기분과 같았다. 무엇을 입느냐가 나를 결정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옷을 갖춰 입었을 때 어깨가 조금 더 펴지는 기분은 든다. 그렇게 정말 아무 일도 없이 일하고 아무 일도 없이 집에 돌아왔다. 너무 아무 일이 없어서 구두는 주말에 신는 게 효율적이지 않을까 싶어졌다.
오늘 입은 원피스도, 코트도, 구두도, 폴라티마저 모두 1년 넘게 한 번도 안 입다가 꺼내 입은 것들이었다. 원피스를 찾으려고 옷장을 뒤적거리다가 내가 기억에서 잊고 있던 옷들이 너무 많아서 식겁했다. 정말 농담처럼 평생 입을 옷이 다 있다고 말해왔는데 어쩌면 평생 입어도 못 입을 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과거의 안나야 왜 이렇게 옷을 많이 사재꼈어...? 올해 정말 일상 의류 쇼핑 0벌에 도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