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인근에 문을 열은 발효 커피 가게에 대한 일기를 쓴 적 있다. 매상 한번 올려드린 적 없는 야매 행인이었지만 언제나 번성하길 기원했다. 그러다 오늘 그 앞을 지나는데 사자후에 맞먹는 쩌렁쩌렁한 소리가 들렸다. 가만히 보니 발효 커피 가게 근처에서 자기 키만 한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는 사람에게 사장님이 호통을 치고 있는 거였다. 피켓에는 인근 회사의 대표에게 항의하는 문구가 그득 적혀 있었다. "그걸 알아서 해결해야지, 왜 남의 가게 앞에서 하는 거야!" 큰 호통에 1인 시위자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작은 소리로 답했다. "1년째 알아서 해결이 안 되니까 이러는 거죠..." "장사도 잘 안되는데, 당신이 월세 내줄 거야? 당신이 월세 내줄 거냐고!" 시위 아저씨는 또 뭐라 항변했지만, 발효 커피 가게 사장님의 커다란 음성에 숨겨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개탄스러운 풍경이었다. 장사가 되지 않는데 왜 여기서 시위를 하냐는 사장님의 마음도 이해가 갔고, 하필 또 밖에 비가 내려서 지하도에서 이거라도 하지 않으면 목소리가 닿지 않는다는 시위 아저씨의 마음도 이해가 갔다. 다만 가게 사장님의 목소리가 너무 크고 공격적이라서 아무래도 시위 아저씨의 울먹이는 작은 목소리에 더 마음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사람 좋게 행인들에게 인사를 건네던 사장님도 자신이 피해를 입을 상황에서는 이렇게 태도가 바뀔 수 있구나 싶었다. 사장님 가게도 번성하고, 아저씨의 억울함도 풀리는 날이 과연 올까. 마음이 답답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