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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공원

어제는 예정에 없이 엄마와 롯데월드에 갔다. 엄마는 내가 중학생 때 이후로 놀이공원에 처음 오는 것 같다고 했다. 모험과 신비의 나라라는 슬로건답게 롯데월드에 들어가자마자 나와 엄마는 모두 동심으로 돌아간 듯 상당히 들떴다. 신이 나서 먼저 매직아일랜드로 달려갔는데 사람이 매직처럼 너무 많았다. 기겁하고 일단 자이로드롭에 줄을 서서 기다리자 엄마는 자이로드롭을 처음 탄다고 했다. 당연히 번지드롭도 처음 보고는 두 놀이 기구의 차이점이 뭐냐고 물었다. 새삼 엄마가 얼마나 오랜만에 온 건지 느낄 수 있었다.

아파트 25층 높이로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자이로드롭을 엄마가 견딜 수 있을까, 타고 내려와서 어지럽다며 휘청이진 않을까 갑자기 걱정이 되었다. 걱정과 함께 점점 우리의 탑승 차례가 다가왔고 이제 곧 타겠구나 하던 순간, 땅으로 내려온 자이로드롭이 엄청난 돌풍을 일으켜 엄마의 모자가 훌렁 벗겨져 저 멀리 맨땅으로 내동댕이쳐졌다. 모자가 벗겨지는 동시에 엄마의 팔도 종이 인형처럼 나부끼다가 내 얼굴을 강타했다. 얼굴은 아프고 이 상황은 웃긴데 모자는 주워야겠고, 근데 줄 한복판이라 저걸 어떻게 주우러 가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지나가던 중학교 남학생이 손수 모자를 주워 2층까지 갖다주었다. 너무 고마워서 몸 둘 바를 모르는 맘으로 모자를 받았다. 이 미담을 언니에게 말했더니 "우리나라의 미래가 아주 밝구나"라며 자랑스러워했다.

걱정과 달리 엄마는 자이로드롭을 매우 즐겁고 신나게 탔다. 비록 사람이 많아서 많은 놀이 기구를 타지는 못했지만 그저 그 안의 공기가 우리를 신나게 만들었다. 지하 탐험 보트를 탈 때는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탔는데, 대학생으로 보이는 여학생 두 명과 네 살 정도로 보이는 여자아이, 그리고 그 아이의 엄마와 함께였다. 저쪽도 엄마와 딸이 왔고 나도 엄마와 딸이 온 건데 기분이 이상했다. 그러고 보니 이전에 엄마와 롯데월드에 왔을 땐 엄마가 나를 데려온 모양새였는데 이제는 내가 엄마를 모시고 온 게 되었다. 엄마에게 간식을 사달라고 조르던 아이가 이제는 포인트 적립까지 능숙하게 마치고 추로스와 버터구이 옥수수를 양손에 들고 엄마에게 대접하는 어른이 되었다. 엄마 손을 잡고 따라가던 내가 지금은 앞장서서 엄마를 끌고 다니는데 뭔가 마음이 뭉클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