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전용 헬스장 현수막을 본 건 우연이었다. 출근길에 버스를 타고 지나가다가 지하철역 근처에서 '여성전용 피트니스' 어쩌구 하는 아주 큰 현수막을 발견했다. 즐겨보는 네이버 웹툰 중에서 여성전용 헬스장을 다루는 만화가 있어서 안 그래도 궁금하던 참이었다. 검색해 보니 역 근처에 두 군데나 있길래 어제 퇴근길에 들러서 시설을 살펴보았다.
첫 번째로 간 곳은 깔끔하고 관리가 잘 되는 느낌이지만 매우 작았다. 좁은 공간에 오밀조밀하게 웨이트 기구가 모여 있어서 조금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규모가 많이 작다고 느꼈으나 대신에 손님도 많지 않았다. 그리고 가격이 놀랍도록 저렴했다. 처음에 한 달에 11만 원이래서 귀를 의심했는데 12개월을 끊으면 80%가량 할인이 됐다. 헬스장 12개월 끊으면 진짜 개호구라고 생각했는데 매력적인 가격이었다.
두 번째로 간 곳은 처음 간 곳에 비해 상당히 넓었다. GX 프로그램도 잘 되어 있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요가 수업을 듣고 있었다. 그러나 조명이 어두침침하고 기구들이 상당히 오래된 느낌이자 관리가 제대로 안 되는 것 같았다. 입구 문조차 정말 오랜만에 보는, 접이식 홀딩 도어였다. 처음엔 설마 이게 문인가 싶어서 앞에서 좀 머뭇거렸을 정도였다.
원래 다니던 헬스장은 집에서 가장 가깝고, 넓고, 쾌적하고 모든 장점을 두루 갖춘 곳이었다. 그러나 남녀 공용이라 프리웨이트 존에서 웨이트 운동을 하기 매우 매우 눈치가 보이고, 또 장점이 많다 보니 동네 모든 사람들이 몰려 언제나 북적였다. 기구가 많지만 그 많은 기구에 사람이 그득그득해서 주변을 맴돌 때도 많았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비쌌다.
그래서 마음먹은 김에 바로 오늘 첫 번째 헬스장에 등록하고 왔다. 12개월 끊는 개호구, 여기 있습니다! 바로 오늘부터 운동하고 싶어서 등록 후 집에 가서 옷 갈아입고 헬스장으로 직행했다. 1시간 20분 운동하는 동안 손님을 네 명쯤 본 거 같다. 쾌적... 그리고 대부분 러닝 머신과 스트레칭만 하는 분들이라 웨이트 존을 전세 낸 것처럼 자유롭게 이용했다. 너무 신나서 상체와 하체를 다 해버렸다. 평일 여성전용 헬스장 운동 1일 차, 만족도는 100%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