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있음)
후천적으로 시력을 잃은 루벤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든 사람에게 난폭하게 굴며 흉포한 짐승 같은 삶을 살아간다. 아들의 그런 모습을 보다 못한 어머니가 루벤에게 책을 읽어주기 위해 마리라는 여성을 고용한다. 온몸과 얼굴에 상처가 많아 항상 긴 옷과 큰 후드로 자신을 꼭꼭 숨기고 다니던 마리는 앞을 보지 못하는 루벤 앞에서만은 당당하고 기품 있는 여성이 된다. 루벤은 자신의 난폭한 행동에도 굴하지 않고 매일 책을 읽으러 오는 마리에게 호기심을 느끼고, 틀림없이 아름다운 모습일 거라고 상상하며 차츰 사랑을 느끼게 된다. 사랑받는 것에 익숙지 않았던 마리도 처음 느껴보는 감정에 점차 마음의 문을 열고 둘은 연인이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수술로 루벤의 시력이 회복될 수 있다는 소식을 접한 마리는 자신의 본모습을 루벤이 알게 될까 두려워 루벤을 떠나고, 수술 후 앞을 볼 수 있게 된 루벤은 갑자기 사라진 마리를 찾아 헤매다 그녀가 떠난 이유를 알고 굉장한 선택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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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슬프고 우울한 정서의 영화를 좋아했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라든가 <밀양> 같은 영화들을 인생 영화로 꼽기도 했다. 최근엔 잘 못 보겠다. 동물농장에서 조금이라도 슬퍼질 것 같으면 채널을 돌려버리고, 넷플릭스와 왓챠에서도 우울해 보이는 영화는 바로 거른다. 슬프고 우울한 건 현실에서도 충분하다. 영화는 즐겁고 웃기고 밝은 것만 보고 싶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블라인드>를 골랐다. 영화 정보를 안 찾고 봐서 사랑 영화인 줄 알았기 때문이다. 사랑... 사랑 영화긴 했는데... 마지막에 육성으로 "헉" 소리를 내며 입을 틀어막은 채 1분간 멈춰 있었다. 정말 충격적이었다. 항상 나는 내가 진정한 사랑을 하고 싶다고, 그게 뭔지는 모르지만 그런 사랑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영화 속 루벤의 사랑이 진정한 사랑이라면... 나는 안 할란다... 그냥 가벼운 사랑 할게요... 너무 아려서 두 번은 못 볼 것 같은 영화지만, 인생 영화 목록에 새로운 영화가 추가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