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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사내 식당에서 저녁을 먹다가 우연히 뒷자리에 앉은 부녀의 대화를 듣게 되었다. 사내 어린이집에 다니는 딸아이를 아빠가 픽업해서 저녁을 먹이는 중인 것 같았다. 딸은 네다섯 살 정도로 추정되는 언어를 구사하고 있었고, 내 귀에는 그냥 다 웅얼웅얼거리는 것처럼 들렸는데 아빠는 용케 다 알아듣고 소개팅에 나온 사람처럼 폭풍 리액션을 하고 있었다. "내가아~ 오느을~ *#&^$*&했는데에~ (#*&$(*했어~"라고 딸이 말하면 아빠가 "아, 오늘 그림을 그렸는데 칭찬받았어? 우와! 대단하다! 어떤 그림이었는데?"라는 대화의 흐름이어서 듣는 재미가 쏠쏠했다. 아이의 언어라는 다른 차원의 언어가 존재하고, 그걸 아빠들은 찰떡같이 알아듣는 마법과도 같았다. 아빠의 목소리가 성우의 내레이션을 듣는 것 마냥 너무 포근하고 듣기 좋아서 밥 다 먹고 식판을 든 채 흐뭇한 얼굴로 뒤를 돌아봤는데 아... 아버님... 상상이 와장창 깨진 건 조금 슬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