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유난히 시간이 빨리 흐르는 기분이다. 크리스마스를 보낸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또 다른 크리스마스가 가까이 왔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PT를 시작한 지는 일 년이 넘었고 그 사이 벌써 45번의 수업을 들었다. 오늘은 휴가를 내고 아침 8시에 PT를 받았는데 7시 알람에 눈뜨며 내가 왜 휴가에 이다지도 무모한 수업을 잡았을지 지난주의 나에게 속으로 욕을 건넸다. 평소 출근하는 날 일어나는 시간에 수업을 시작하고 화장하는 시간에 데드리프트를 하며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싶었다. 수업을 마치고 나와도 아직 아침 9시도 안 된 시간이라 상쾌하고 뿌듯한 기분을 느낄 줄 알았는데 그런 건 없고 그냥 피곤만 했다. 다만 월요일 이 시간에 회사에 가려고 부랴부랴 서두르는 내가 아니라 그건 조금 신기했다.
휴가를 내고 생애 처음으로 파블로바 케이크를 먹었다. 호주와 뉴질랜드의 디저트라던 파블로바는 머랭 위에 생크림을 얹고 그 위에 과일을 올려 상큼하게 즐긴다더니 정말로 상큼하게 맛있었다. 파블로바라는 이름은 러시아의 전설적인 발레리나 안나 파블로바에서 이름을 따왔다는데 운명인가 싶었다. 한 주방장이 러시아의 안나 파블로바를 위해 만든 케이크를 오늘 한국의 안나도 맛있게 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