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 예정에 없이 무작정 친구를 만나러 갔다. 갑작스러운 약속과 번개를 선호하지 않는 나에게는 정말 드문 결정이었다. 물론 가는 길에 생각보다 에너지가 빨리 닳아서 그냥 집에 갈 걸 그랬나 약간 후회했다. 그런데 막상 만나니 좋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냥 오늘 있었던 일들의 이야기를 나누고 하염없이 걷기만 했는데도 에너지가 쭉쭉 채워졌다. 문득 고개를 들었더니 하늘에는 붉은 달이 떠 있었다. 나는 이렇게 예쁜 달을 함께 볼 수 있어서 좋다고 생각했고 친구는 달이 왜 붉은색인지 그 원인에 대해 생각했다. 문과와 이과의 감성이 이렇게나 달랐다.
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