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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과 신비의 나라

마지막 방문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까마득한 공백을 지나 롯데월드에 입장했다. 입장권이 QR코드라는 것부터 적잖이 놀랐다. 들뜬 마음으로 들어섰던 모험과 신비의 나라에서 나는 곧 당혹스러워졌다. 일단, 내 기억보다 너무 좁았다. 너무 넓어서 길을 잃었던 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몇 번 왔다 갔다 했더니 동선이 한눈에 그려졌다. 그리고 모든 것이 너무 낡았다. 내가 발길을 끊었던 시간만큼 롯데월드도 세월을 정통으로 맞았는지, 예전엔 아름답고 윤이 났던 건물과 놀이기구는 칠이 벗겨져 왠지 모르게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나의 최애였던 놀이기구 '신밧드의 모험' 속 마네킹들은 20년 전의 모습을 그대로 품은 채 꿈에 나올까 무서울 지경으로 닳고 닳았다. 마지막으로, 내 체력이 너무 후달려졌다. 놀이기구 두 개 탔더니 오늘 하루치 기력을 다 쓴 기분이 들었다.

그곳에서 나는 더 이상 모험과 신비를 찾을 수 없었다. 이 사실을 깨닫고 나는 너무 속이 상했다. 개장 시간에 맞춰 입장해 지하철이 끊기기 전까지 놀며 즐거운 추억을 쌓았던 유년시절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롯데월드 안에서 어디를 갈지 눈을 빛내며 쉴 새 없이 두리번거렸던 어린 나는 이제 장성하여 롯데월드 주변 아파트를 보며 '여기 시세는 얼마일까'를 생각하는 어른이 되었다. 왠지 모르게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