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아침 운동을 시도하려고 야심 차게 오전 6시 30분에 일어나 세수를 했다. 엄마가 안색을 보더니 별로 안 좋다고, 무리하지 말라고 하셔서 못 이기는 척 냉큼 다시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1시간이 지나 일어나려는데 배가 너무 아팠다. 분명히 멀쩡했는데 서서히 아프기 시작하다가 정말 미칠듯한 아픔에 이르는 변화를 실시간으로 느꼈다. 내가 제3자였다면 통증 0에서 10에 이르는 과정을 직관했다고 신기해했을 정도로 아무렇지 않았다가 격렬한 통증에 시달리는 변화였다. 너무 아파서 배를 부여잡고 발을 배배 꼬고 손을 덜덜 떨며 누워있었다. 엄마를 불러서 약을 달라고 해야 하는데 엄마를 부를 힘조차 없었다. 한시라도 빨리 진통제를 먹어야 나을 걸 알면서도 아무것도 못하는 나 자신이 개탄스러웠다. 통증이 좀 잦아들었을 때 엄마에게 전화를 했고, 타이레놀을 먹은 후 두어 번 더 뒹굴다가 가까스로 나아졌다.
진통제는 먹을 때마다 경이롭다. 그렇게 요단강이 보일 정도로 아팠던 통증도 진통제 한 알이면 꽤나 잠잠해진다. 누구신지 모르지만 선생님,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타이레놀을 먹고 정신이 좀 돌아오자 마음이 아플 때도 타이레놀이 효과가 있을까, 이런 망상을 하다가 옛날에도 같은 생각을 했던 게 떠올라 찾아보니 2009년...
'몸이 아플 땐 진통제를 먹는다. 마음이 아플 때도 진통제가 효과가 있을까. 실연용 타이레놀, 틀림없이 대박일 텐데.'
내 생각은 어째 12년 전이랑 달라진 게 없구나. 좋게 말해서 참 한결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