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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드

영화 <언프리티 소셜 스타> 속 주인공 잉그리드의 삶은 인스타그램 속에 있었다. 하루 종일 다른 사람의 인스타를 탐닉하며 하트를 누르느라 정작 자신의 삶은 없었고, 우연히 잡지에서 발견한 인플루언서를 동경해 그녀를 따라 하며 주변을 맴돌다 자신을 잃었다.

<블랙미러> 시즌 3 '추락' 편의 여주인공도 잉그리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애플리케이션에서의 나에 대한 점수가 현실과 이어지는 세상에서 타인에 의해 매겨지는 평점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내가 5점 만점에 몇 점인지에 따라 현대판 계급이 매겨지고, 4.2점인 주인공은 4.5점이 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러나 애를 쓰면 쓸수록 점수는 떨어지고 점점 불행해진다.

야심차게 시작했던 인스타그램도 시들해졌다. 초연하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이 팔로워와 좋아요 숫자에 연연하게 되는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삶은 방대하고 입체적인데, 인스타그램 속의 삶은 정사각형으로 예쁘게 편집된 아주 작은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네모난 세상을 나와서 진짜를 살고 싶다. 눈이 아니라 마음으로 기억되는 삶을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