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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T

실로 오랜만의 PT가 아닐 수 없었다. 간만이니까 원장님이 운동을 살살 시킬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기우였다. 강도가 더 높아지면 높아졌지, 낮아지진 않았다. 원장님은 마치 내가 지난주에도 PT를 받았던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없는 무게를 주문했다. 흡사 주술에 걸린 좀비처럼 이 기구 저 기구를 끌려다니다가 이제 거의 끝났겠지 싶어 시계를 봤는데 수업 시작 25분 밖에 지나지 않아서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느꼈다. PT샵은 일상과는 다른 시공간으로 연결된 게 틀림없었다. 그 상태로 20분을 더 버티다가 결국 마지막 데드리프트는 못하겠다고 내뱉고야 말았다. 자존심이 너무 상했다.

내가 뭐 하는 사람인지, 결혼은 했는지, 남자친구는 있는지, 직장은 어디인지 등등의 사적인 대화는 일절 묻지 않는 원장님이 갑자기 집이 많이 머냐고 물어봤다. 어, 뭐지 싶었는데 알고 보니 마스크가 땀으로 흠뻑 젖어서 필요하면 새 마스크를 주겠다는 상냥함이었다. 정말 마스크가 물에 집어넣었다가 꺼낸 것처럼 변색되어 있었다. 감사한 마음으로 새 마스크를 받았다.

원장님은 내일까진 괜찮고 3일 뒤가 제일 힘들 거라고 예언하셨지만 운동에 관해선 늘 옳은 원장님이 이번엔 틀렸다. 나는 오늘부터 괜찮지가 않았다. 이미 엄청난 근육통이 나의 몸을 엄습했다. 아무리 빡세게 운동해도 당일부터 힘든 경우는 없었는데... 이번 주 아주 많이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