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연말, 2020년 캘린더를 사기 위해 온라인으로 순번을 기다리던 때가 있었다. G마켓에서 단독으로 오픈한다던 펭수 캘린더였다. 내 앞에는 2만 명 넘는 사람들이 있었고, 새로 고침을 누르면 내 대기 순서가 초기화될 수 있다고 해서 잠자코 화면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2019년에서 2020년으로 해가 바뀌던 시점에 펭수는 설빔을 입고 보신각에서 종을 쳤다. 다음날 뉴스에서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그 화면을 보며 진기한 풍경이라고 생각했었다. 거대한 인형탈이 종 뚜들기는 모습을 2020년에 보게 될 줄이야.
그때는 몰랐다. 그 거대한 인형탈의 인기는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식었고, 2020년 초에 시작된 듣도 보도 못한 전염병은 전 세계를 뒤흔들었다. 전에는 길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이 이상해 보였는데, 이제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에게 벌금이 매겨졌다. 허물없이 막역한 사이보다는 거리를 두는 게 미덕인 시대가 되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2021년의 첫날을 맞이했다. 올해는 또 어떤 예상치 못한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하다. 아마 많은 변화가 생길 거고, 예기치 못한 변수들 속에서 흔들릴 때도 있을 거다. 그래도 잘 견뎠으면 좋겠다. 12월 31일에 한 해를 돌아봤을 때, 올해도 즐거운 해였다고 회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마 그럴 것이다.